거의 9개월 만에 나와서, 9일이라는 시간도 참 짧다고 느껴지게 해준 휴가.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하고 싶었던 것의 한 70% 정도는 완수하고 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부질없고 허무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단편들;
1. 음반 지르기
...사실 밑의 몇몇 글에서도 나온 음반들은 이번에 질러댄 음반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클래식만 해도 프랑스 음반사 타라(Tahra)에서 나온 네 장짜리 세트 두 종류+두 장짜리 세트 한 종류, 벨라 무지카(Bella Musica)라는 음반사에서 나온 피아소야(피아졸라)의 '콘체르탄테' 라는 음반, 마리아 칼라스의 모차르트+베토벤+베버 아리아집(EMI), 윤이상 서거 10주년 기념 관현악곡집(신나라레코드) 등 엄청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에 '장금이의 꿈' 과 '영국 사랑 이야기 엠마' OST, 히사이시 조의 'Works III(유니버설 라이센스)', 김대성 작곡집 '사랑꽃' 과 '다랑쉬' (두 종류 모두 서울음반)까지, 지금까지 나온 휴가 중에서 음반에 이토록 탕진해 본 적은 없었다. 근 30만원 가까이 모아온 돈이 거의 이것 때문에 소비된 셈.
2. 만화 지르기이것도 꽤나 기록할 만한 일인데, 한 번에 만화책을 5권 이상 사 본 적 없는 나로서는 휴가 둘쨋날인 현충일에만 무려 14권을 사들이는 기염을 토한 것이 지금도 놀라울 정도다. 이렇게 사들인 덕에 다음 휴가 때 지를 예정인 만화책은 겨우 '딸기 마시마로' 1-4권과 '엠마' 7권(만약 나와 있으면) 정도로 팍 줄어버렸다.
문제는 CD고 만화책이고, 수납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따로 수납장을 더 사고 싶어도 방 공간이 부족하다. 전역 후에나 어떻게 해 볼 생각.
3. '장금이의 꿈' 에 대한 소견사실 나 자신은 한국의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고 싶다. 하다 못해 한류 열풍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강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MBC에서 방영된 '장금이의 꿈' 은 그러한 내 선입관을 떠나서 하나의 큰 '충격' 이었다.
'한국적인 것' 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상품은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그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왕의 남자' 였다. 하지만 '왕남' 이 이준기라는, 소위 '꽃미남 파워' 로 청소년과 성인층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에 반해 '장금이의 꿈' 은 그 저변을 유소년 층으로 더 확대시켜 놓았다.
물론 '대장금' 의 인기에 힘입은 탓도 있겠지만, '어린이용' 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으로 이렇게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은 내가 아는 한 이것이 처음인 것 같다. 물론 민정호+장수로나 민정호+중종 같은 소위 BL 계통으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나, 극렬 로리콘들의 폭발적인 시선을 받을 만한 캐릭터 디자인 등-개인적으로는 장금이 보다는 연생이가 더 마음에 듬-좀 ...한 방향으로 나가는 경향도 있지만.
일단 이 작품이 NHK 아니메극장에서-비록 시청률 10위권 밖이기는 해도-꽤 선전하고 있다는 것을 봐서는 예상 외로 큰 성공을 거둘 것 같다는 것이 내 소견이다. 국내에서는 그 호평을 기반으로 2기가 제작된다고 하니, 이 기세를 계속 몰아가기 바라며 건배!
4. 청계천솔직히 '황제 테니스장' 이니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니 하는 문제로 욕을 많이 먹고 임기를 마치고 있는 명박이 아저씨지만,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만은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파리에서 센강을 휴식공간으로 만든 사례처럼, 이 청계천 복원도 그러한 역할을 다 하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제 서울광장의 청계천 시점부터 황학교 까지를 쭉 걸어다녀 봤는데, 비록 인공미가 대부분이라고는 하지만 꽤나 운치도 있었고 주변 환경과 생태 보존 측면에서도 꽤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했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냇가에서 꾸벅꾸벅 졸던 오리 한 쌍을 바라보고, 분수를 눈이 빠질 듯이 들여다 보면서 휴가 기간 동안 좀처럼 느끼지 못한 안락함이나 청량감이라고 할까...어쨌던 그러한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고 왔다. 카메라가 없었던 것과, 종점인 고산자교까지 가지 못한 점이 아쉽기는 하다. 다음 기회에.
5. 그 외 아쉬운 점서울시립미술관의 피카소 특별전을 못본 것, 연주회나 코믹월드에 가지 못한 것, 천안까지 뚫린 수도권 전철을 못타본 것, 도서관에 가지 못한 것, 나오키씨가 운영하는 '아지바코' 에 못간 것, 신촌 기차역 삼거리 근처의 회전초밥집에 못간 것, 헌혈 못한 것, 그리고...
설사와 기침으로 고생한 것....뭘 하던 간에 건강이 최고...
p.s.: 다음 휴가는 아마 7월 말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래 6월까지 쓰라던 포상 휴가였는데, 그나마 2년차를 상당히 늦게 나온 터라 꼭 7월에 보내준다는 확약을 받고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리 큰 트러블은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