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뜬금없이 조X이시절 이야기. 내가 근무하던 부대는 격오지 부대라서 충성클럽(PX)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했다. 물론 막사에 매점이라는 공간은 있었지만, 그나마 부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물건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에 그 혜택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었고.
그래서 휴가나 외박, 응급처치병 교육이나 포반장 교육, 특별 작업 등의 출타 등으로 대대에 가서야 그 맛을 좀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물론 Danger 매니아인 나는 과자 쪽에 특히 눈독을 들였다. 물론 오리온이니 해태니 롯데니 하는 대기업 제품들도 물론 많았지만, 어떤 품목들은 그 동안 듣도 보도 못한 정체불명의 업체에서 만든 것들도 있었다.
그 중에 '풀내음' 이라는 곳에서 만들었다는 '파운드무스' 랑 '브라우니' 가 특히 나를 갖고 논 품목이었는데, 주머니 사정이 항상 부실한 사병들로서는 비교적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라 나름대로 인기 품목이었다고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전역 후에는 어딜 가봐도 그러한 제품을 팔고 있다는 곳을 찾지 못한 채로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때 먹었던 거랑 좀 비슷해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몇 가지 품목들이 지하철 매점들에서 출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파는 식료품들 중에는 뭔가 수상쩍은 품목들이 굉장히 많은 탓에, 관심 1g이라도 주기를 꺼려했었고.
그러다가 한달 전 쯤 예술의 전당에 공연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부터미널역 매점에서 뭔가 친숙한 모양의 물건이 팔리고 있는 것을 무심코 봤는데, 그 포장에 '파운드무스' 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내가 군 시절 그렇게 탐닉했던 초콜릿 발라놓은 물건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쓰여 있었던 글귀는 맞고 제조 업체도 풀내음이 맞았다.
그렇게 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모아봤는데, 지하철 외에도 헌혈땜시 잡혀들어갔을(???) 때 전리품으로 저 업체의 쿠키를 초코파이 대신 주고 있는 헌혈의 집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모은 품목들;
네 종류 모두 개당 500원이라는,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대충 찾아보니 저 '풀내음' 이라는 업체는 비교적 영세 업체이긴 하지만, 편의점이나 제과점 같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일종의 OEM 형식으로 쿠키를 납품하는 업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헌혈의 집에서 받은 쿠키는 딱 봐도 포장은 편의점의 그것이었지만, 뒤의 제조 업체명으로 저 회사 이름이 찍혀 있어서 납득이 갔고.
어쨌든 하루에 한 개씩 저녁 디저트 삼아 먹으면서 대충 휘갈겨쓴 단상들;

초코칩 파운드무스. 초콜릿으로 둘러싸이고 코코넛 가루가 뿌려져 나오던 종래의 파운드무스가 그립긴 한데, 어쨌든 나름대로 추억을 일깨워준 품목.
맛은 대체로 그 때 먹던 것과 비슷했는데, 여타 파운드케이크 제품보다 수분이 좀 부족한지 퍼석퍼석하고 빡빡한 맛이다. 먹다 보면 초코칩과 과일칩이 조금씩 씹히고. 추억 외에는 맛 자체가 그다지 끌리지가 않아 좀 아쉬웠다.

치즈피아 쿠키. 치즈맛이 나는 쿠키 사이에 딸기잼(맞나?)을 발라 겹친 샌드형 쿠키인데, 아래의 나머지 두 품목도 모두 뭔가를 사이에 넣은 샌드형 제품이었다.
다만 이름과 달리 치즈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아서 좀 밍숭맹숭했는데, 아마 쿠키 사이에 넣은 잼의 단맛에 억눌린 듯 했다.

개인적으로 준 베스트 품목으로 치고 싶은 초코피아 쿠키. 위의 것과 마찬가지로 초코쿠키 사이에 뭔가를 발라 겹친 품목이었는데, 발라놓은 것이 다름아닌 크림. 초콜릿 풍미도 적당하고, 크림이 주는 단맛이나 느끼함(???)도 적당한 악센트였다. 다만 비주얼이 좀 암울하게 검은색이라서 먹기가 약간 망설여졌다는 점이 옥의 티였고.

마지막으로 베스트 품목으로 꼽아본 피넛샌드쿠키. 쿠키 사이에 땅콩버터를 발라 겹친 물건인데, 땅콩버터 특유의 맛 때문에 그리 심하게 달지도 않고 적당히 고소한 맛이었다. 그리고 ~피아 계통 제품과 달리 약간 단단하기도 했는데, 잼이나 크림과 달리 땅콩버터 자체가 수분이 적은 편이라 쿠키의 단단함에 영향을 덜 미치기 때문인 것 같고. (물론 진실은 저 너머에)
물론 네 품목 모두 나름대로 괜찮긴 했는데, 영세 업체건 대기업이건 먹는거 갖고 장난치는 일이 많은 나라가 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의혹을 떨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지하철에서 싼 값에 떨이로 파는 과자나 초콜릿들 같은 경우에도 '유통기한 조작한거 아닌가' 라는 루머가 돌고 있고.
그나마 군 복무도 안했다면 아마 아예 듣보잡 취급했을 과자들이었는데, 지하철 매점 외에 어디에서 팔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저 네 품목 외에 또 다른 품목이 있다면 그것도 좀 맛보고 싶고.
p.s.: 풀내음 홈페이지는
여기. 다만 위의 상품들 모두 제품소개 항목에 아예 업데이트가 안돼 있다. 오히려 저 제품들 소개가 있는 곳은 클릭해 보면 뭔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쇼핑몰이고.
p.s.2: 그리고 풀내음 홈페이지에 가 보면 소개되어 있는 제품들 중에 '트윙케익' 이라는 것도 있는데, 저건 예전에 찰리 님이 블로그에 소개하신 바 있는 '
트윙키' 의 카피 제품으로 여겨진다. 나름대로 수제 공정과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업체에서 쌀나라 정크푸드 벤치마킹이라...되게 궁금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