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 예비학교의 발표회는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
대략 전체적인 수준을 따져 보자면 일반 음대의 졸업 시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2학년 이상이었다.
물론 지금 자신에게 버거운 곡을 골라 연주 내내 헤매던 학생도 있었고,
무대 공포증 때문에 더듬거리고 틀리고 해서 난감한 학생도 있었다.
드뷔시와 라벨 같은, 섬세한 페달링과 터치가 요구되는 프랑스 음악을 라흐마니노프나 리스트처럼 치는 것도 좀 아쉬웠다.
하지만 기악 학생들의 압박보다도 나의 전공이기도 한 작곡 학생들의 압박은 모든 것을 초월했다.
발표회에 나온 네 학생 중 현악 4중주 발표했던 한 사람 빼고는, 모두 일반 음대의 2학년 2학기 과정에 해당하는 스타일을 미리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조성음악에 대해 철저히 훈련이 되어 있다는 인상이 컸고, 앞으로의 작품들이 확실히 기대가 되었다.
(일반 음대라면 조성음악 훈련도 다 끝나기 전에 '듣기도 골치아픈' 현대음악을 쓰라고 내주니, 제대로 된 작곡가가 나오는 것은 더욱 힘들 수밖에.)
지도교수도 국내에서 정말로 '작곡가'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유병은, 황성호였으니 그것도 꽤나 부러웠다.
...하지만 그것 마저도 나의 작곡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 주지는 못했다. 차가운 현실도 있고, 작곡 보다는 지휘가 하고 싶어서 음대에 들어 왔으니까.
# by 머나먼정글 | 2004/01/12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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