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나 전통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한다. 하지만 음반을 별로 안 산다. 이게 지금 현실이다. 클래식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정작 재즈나 전통음악 음반을 사려면 뭔가 주머니를 뒤지기가 싫어지는 때가 많다.
게다가-물론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인터넷 공유의 발달로 그리 어렵잖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더욱 이러한 귀차니즘을 부추기는 것 같다.
재즈에도 발을 담그기 시작한 세계 최대의 염가 레이블인 낙소스(Naxos)의 재즈 레전드 시리즈를 듣기 시작한 것은 작년 쯤. 도서관에서 재즈 서적을 빌려 왔는데 뭐라고 떠드는 건지 알 수가 없을 때 가이드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준 것이 바로 저 시리즈였다.
저 시리즈를 통해 나는 재즈 피아노 사상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 사람이었던 아트 테이텀, 재즈 트럼펫과 보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지존 루이 암스트롱, 불운했던 플레처 헨더슨 밴드, 재즈 역사상 최고의 리더 듀크 엘링턴 등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저 '음반들' 을 산 것은 아니었고, 그저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저용량 wm파일을 통해 들었을 뿐이다. 재즈 레전드 시리즈는 낙소스 배급사가 갑자기 귀차니즘틱한 회사로 바뀐 탓에 국내에서 음반을 거의 구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
재즈 서적 중에서 '네거티브한 천재' 로 악명 높은 찰리 파커의 항목을 보았는데, 제멋대로였고 자기 파괴를 일삼던 파커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작업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스트링 앙상블과의 협연.
비록 '너무 물러터진 편곡' 과 '파커다운 돌발적인 솔로가 없다는' 이유로 파커의 대표적인 음반으로 언급되지는 못했지만, 파커를 처음 접하고 난해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라는 평도 실려 있었다.
그래서 낙소스 재즈 레전드 외에 국내에서 저 음반이 발매되었는지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핫트랙스에서 2 for 1 CD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파커 외에 클리포드 브라운이라는 트럼페터가 역시 스트링과 협연한 앨범이 같이 들어있었고, 가격 대 성능비가 우수함을 알게 된 즉시 주문해 버렸다.
처음으로 돈을 들여서 산 재즈 앨범이 되었는데, 스트링이 가미돼서 그런지 좀 감상적으로 들리는 점이 있어도 뭔가 '클래시컬' 한 맛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에 자주 듣게 된다.
낙소스에서 계속 듣고 있던 파커에 비해,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브라운의 앨범은 정말 쓸쓸한 분위기로 점철되어 있었다. 곡들이 거의 다 느린 템포여서 오래 듣기에 좀 지루한 면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앨범 전체의 통일성은 파커보다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파커의 앨범은 네 번에 걸친-다섯 번일 수도 있다. 디스코그래피 조사중-세션과 라이브를 섞어놓았기 때문에 각 세션 별로 어레인지는 물론 스트링과 리듬 섹션의 연주자들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발매 당시에는 '혁명을 주도해야 할 비밥 뮤지션이 상업성에 눈이 멀어 타락했다' 는 비난까지 받았다고 하지만, 저들 앨범만큼 해당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한 부담없는 첫 선택으로 충분한 것도 없을 것 같다.